Press release 2

2019.1 [매일신문] 봉산문화회관 2019 기억공작소

◼︎ 김성룡, 흔적 - 비실체성 | 우문기 기자 

천장 높이 벽면에 걸린 어두운 색의 부엉이 그림 '새벽', 날렵한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매를 품으려 꿈틀거리는 나무와 숲과 바다를 그린 '새벽', '비농오름-깊은 잠', '공의 뜰' 등 작품이 예사롭지 않다. 고흐가 해골을 품은 숲을 바라보고 있는 '반 고흐의 숲2'는 더욱 심상찮다. 심미적 재현이라기보다는 몽환처럼 초현실적인 심상의 생생한 회화는 리얼리즘과 초이성적 경계를 넘나든다.

봉산문화회관은 2019 기억공작소Ⅰ '김성룡, 흔적-비실체성'전을 2층 4전시실에서 3월 31일(일)까지 열고 있다. 김성룡은 필기구인 유성 볼펜을 이용해 현상 이미지를 정밀하게 그려온 작가이다. 평론가 김종길에 따르면 김성룡의 작품은 현실이라는 리얼리티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부조리한 세계의 찰나를 붙잡으려는 세계인식을 통해 슬픔, 공포, 죽음, 어둠의 색채들로 구성된 회화들이 기쁨, 환희, 삶, 빛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작가 김성룡 자신도 "지금 내 앞에 놓여있는 장소에서 그 형태를 본다는 의미는 존재론적 사유의 비실체적 세계의 경계 너머까지 걷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비실체성'에 관한 김성룡의 그림들은 산 것과 죽은 것, 현실과 비현실, 실체와 비실체의 몽환적 경계 상태에서 숲과 사물을 살펴보며 걷는 행위의 '흔적'을 통과하는 지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례로 석류와 표범이 그려진 '섯알오름'은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민간인 학살터에서 풍기는 비극적인 현대사의 흔적과 더불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헤매며 어슬렁거리는 표범의 흔적으로 비유해 그 넋의 비실체성을 다루고 있다. 또한 '고흐의 숲' 연작은 순수 영혼으로서 인간 고흐와 그의 회화에 대한 경외심을 중심으로 정형화된 회화의 경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역사의 축으로 재편했던 비실체적인 힘에 관한 탐구의 흔적이다.

이번 전시 '흔적-비실체성'에서 김성룡의 미술행위는 공간의 틈새마다 느껴지는 푸른 공기의 흐름처럼 작가의 시선 속에 포착되어진 역사적, 신화적, 현재적으로 감도는 정령의 숨결 같은 대상들과의 조우로 작동한다. 숲 역시도 자연과 이어지고 자연과 통하게 하는 비실체성의 통로이며 인간의 초월적 영역에 관한 경외심의 또 다른 흔적이다. 관객들에게 팁을 하나 주자면 이번 전시는 몽환적인 회화들을 관람하는 시각체험을 통해 상상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관객 스스로 이미지에 대한 감수성과 의미와 힘을 찾아내는 새로운 리얼리즘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19.1 [영남일보] 기괴한 상상력으로 그린 인간 내면의 영적 이미지

◼︎ 기억공작소 기획전시 김성룡展
"볼펜에 골병들어 물감으로 그려"
특유의‘마술적 리얼리즘’표현 | 조진범 기자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에 그림만 전시되기는 오랜만이다. 하얀 벽면에 걸린 그림들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높은 천장의 전시공간이지만 허전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압도적이다. 공기를 묵직하게 가라앉힌다.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치열하고 예사롭지 않다. 정작 작가는 평온한 표정으로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렸을 뿐”이라고 했다. 그 말이 더 치열하게 와닿는다. 그만큼 그림이 강렬하다. 

김성룡 작가. 필기구인 유성 볼펜을 이용해 이미지를 정밀하게 그려온 작가로 유명하다. 1992년 유관순·명성황후를 그렸다. 역사적이고 서사적인 작업을 했다. 작가는 “당시 혼(魂)들의 느낌을 그렸다. 상상력으로 역사화의 새 장르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볼펜을 수만 번 그으며 집요하게 형상을 만들었다. 볼펜으로 만든 이미지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느낌도 줬다. 작가는 스스로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명명했다. 

그렇게 볼펜에만 매달리던 작가는 어느 순간 물감을 쓰기 시작했다. 볼펜으로만 그리다 골병이 들었다는 게 작가의 토로이다. 작가는 “몸이 안 좋아졌다. 귀신들이 꿈에 나타나기도 하고, 더 이상 볼펜으로 역사화를 못 그리겠더라. 볼펜 기술이 정점에 달하니까 싫증도 났다”고 말했다. 기억공작소에는 대부분 색이 들어간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다. “자유롭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색을 썼다. 볼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색을 사용하게 된 또 다른 배경을 설명했다.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은 사라지지 않았다. 상상력을 통해 인간 내면의 영적인 감성을 터치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4·3유적지인 ‘섯알오름 학살터’를 보고 그린 그림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현장에 집중하기 위해 아크릴 물감에 섯알오름 학살터의 풀잎이나 먼지까지 섞었다. 질감이 두터워졌고 현장감도 훨씬 진해졌다.

‘반 고흐의 숲’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네덜란드 출신의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작가는 “사물을 굉장히 집중해서 바라보는 흔치 않은 화가”라고 했다. 중국 청나라 초기의 화승 석도도 언급했다. 작가는 “석도는 ‘무법이 유법이다’라는 말로 유명하다. 사물이나 풍경을 재해석하는 능력이 비범하다”고 말했다. 사물이나 풍경을 제대로 보고 싶어하는 작가의 바람이 오롯이 그림에 담겨 있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불편해 했다.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이 바라본 것을 그렸지만, 관객들은 그림에서 또 다른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스스로 아마추어라는 말도 했다. 작가는 “골병이 들었을 때 요양했던 충남 강경의 한 마을에서 허리가 기역자로 구부러진 할머니가 도리깨를 내리치는데 강경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 할머니에 비하면 나와 나의 그림은 아마추어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마추어 화가(?)’의 그림이 참 놀랍다. 3월31일까지.

2019.1 [대구신문] 영성을 찾아서…서늘한 시선으로 사회폭력상 직시

◼︎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3월까지 ‘김성룡’展 | 황인옥 기자

여섯 살 때 이웃집 마루에 걸린 예수 그림을 처음 접하고 그림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6살에 첫 유화를 그렸다. 그의 그림은 독학의 결과다. 정규교육기관에서 그림을 배우지 않았다. 유럽의 고흐와 세잔과 벨라스케스나 중국의 석도를 거울로 삼았을 뿐이다. 고흐나 세잔 그리고 석도가 기존의 유파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그림을 추구했듯, 김성룡도 독자적인 화풍을 추구했다. 이는 작가 김성룡의 작품세계를 특정 유파 속으로 가둘 수 없는 이유다.

"제주 4·3사건·광주항쟁 등
현대역사 이면의 아픔 주시
상처 떠도는 풍경과 혼연일체
독자적 리얼리즘 세계 일궈"

“길지 않은 인생 맘껏 자유롭게 그리자는 주의다. 이전과는 다른 튀는 사람이 가끔씩 나와야 새로운 유파가 생기지 않겠나? 고흐나 석도가 그랬듯이.”

초기에는 역사화를 그렸다. 정확히 역사 속 폭력을 다뤘다. 유관순, 민비, 민영환 등의 근대역사나 광주항쟁 등의 현대역사를 다루며, 한국사회의 이면에 가려진 상처받은 자아의 실체를 파헤쳤다. 이 시기 민족역사화라는 새로운 장르 개척에 매달렸다. 그러나 김성룡의 민족역사화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 종지부를 찍었다. “역사화를 오래하니 몸이 안좋아졌고 한동안 작업을 쉴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부터 변화를 추구했다. 몸을 추스리기 위해 휴양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작업이 형태를 갖춰갔다. 작가가 고수해왔던 ‘인간의 폭력성’은 견지하면서도 작품의 소재를 역사에서 자연으로 옮아왔다. 전쟁의 상처가 떠도는 DMZ풍경,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동물들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의 이미지를 대신했다. 최근 시작한 봉산문화회관 전시에 걸린 제주 4.3사건 장소의 풍경과 표범이 석류나무가 터질 듯이 풍요로우나 가시가 날카로운 나뭇가지 사이에 위태롭게 서 있는 풍경도 그런 맥락 속의 작품들이다. 4.3사건이나 무분별한 파괴로 인한 위태로운 자연의 이미지를 직접적인 표현 대신 풍경이라는 은유적인 방식으로 드러낸 것.

작가는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예술의 사회참여에 대한 이야기다. 김성룡은 예술의 사회참여를 지지한다. 그는 역사화든 풍경화든 작품을 통해 사회적 서사나 메시지를 풀어내 왔다. 그가 “그림은 사회 현실을 작가의 회화적 감수성이나 감각으로 걸러서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예술은 곧 삶의 표현”이라고도 덧붙였다.

작업의 주제는 ‘사회 폭력’. 직접 언급하든, 풍경으로 우회하든, 사회적 폭력을 작업의 중심에 놓았다. 이 경우 사회적 폭력의 피해자인 인물이나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룰 때가 메시지 전달력이 최대치가 된다. 주제를 직설화법으로 다뤘던 김성룡의 초기 작품에서도 기괴하면서도 섬짓할 정도의 폭력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풍경으로 우회하면 주제 전달력은 보다 약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은유로 돌아선 김성룡의 작품에는 날것의 비릿함이 온전히 유지된다. 방법이 어떠하든 메시지 전달력에는 변함이 없다. 어떻게 극복했을까? 여기에는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지극한 진정성’이 있다. 작가는 이를 “깊은 영성”이라고 소개했다.

“표피적인 이미지 너머에서 쏟아져 나오는 대상의 본질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지극하게 바라본다. 사물과 나, 서사와 내가 혼연일체가 될 때까지 봐야한다.”

역사화를 그리면서 유성볼펜을 사용했다. 사물에 대한 집중력을 강화하는 최적의 물성으로 유성볼펜이 선택됐다. 2000년대에 접어들고 풍경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볼펜과 목탄, 아크릴, 색연필 등 다양한 재료로 확대했다. 제주 4.3항쟁지 풍경을 그린 ‘섯알오름’, ‘새벽’, ‘공의 뜰’ 등의 작품에서는 사건 현장의 지푸라기나 먼지, 풀잎까지 물감에 섞어 사용했다. 깊은 영성으로 대상과의 소통을 시도하거나 현장의 자연물들을 작업의 재료로 끌어오는 등 사건을 구체화하는 이같은 노력들은 대상과의 혼연일체에 도달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론이자,대상의 본질 즉 심연에 다다르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의 표출이다. “고흐나 석도가 사물을 지극하게 바라보며 철저하게 자기화했듯 나 역시도 그런 것을 추구한다.”

20대초부터 마술적 리얼리즘을 기본으로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해왔다. 슬픔·공포·죽음·어둠으로 시작해 기쁨·환희·삶·빛에 대한 간절한 염원으로 끝을 맺는 이 간단치 않은 서사를 작가의 상상력과 리얼리즘으로 동시에 드러낸다. 초현실과 현실, 이성과 초이성, 실체와 비실체를 독자적 화풍으로 구축해가는 것. 여기에는 “화가는 대단하지 않을지언정 예술은 숭고해야 한다”는 철학이 개입돼 있다. 그가 충남 강경에서 요양할 당시의 삽화 하나를 떠올렸다.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가 도리깨질을 하고 있었는데 할머니의 한 번의 도리깨질에 땅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화가로써 죽을 때까지 아마추어겠지만 평생의 정직한 노동으로 만들어진 할머니의 숭고한 도리깨질 같은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전시는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에서 3월 31일까지.

2019.1 [경북도민일보] 미술언어로 담은 '경계 너머의 세계'

◼︎ 봉산문화회관, 3월 31일까지 기획전시 
◼︎ 김성룡 작가 ‘흔적-비실체성展’ 마련 | 이경관 기자

봉산문화회관은 17일부터 3월31일까지 기획전시 ‘김성룡, 흔적-비실체성展’을 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봉산문화회관의 기획전시 시리즈인 ‘기억공작소’의 2019년 첫 번째 전시다. 기억공작소는 예술을 통해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해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은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를 대표해 활발한 작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성룡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동시에 나의 생의 사건을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의 작품의 이미지 자체로 예사롭지 않다. 전시장 입구의 천장 높이 벽면에 걸린 어두운 색 부엉이 그림 ‘새벽’부터 ‘바농오름-깊은 잠’, ‘숲의 사람’, ‘섯알오름’, ‘반 고흐의 숲 2’ 등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 가지가지마다 강렬하다. 석류와 표범이 그려진 ‘섯알오름’은 제주 4·3 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민간인 학살터에서 풍기는 비극적인 현대사의 서기 흔적과 더불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헤매며 어슬렁거리는 표범의 흔적으로 비유하여 그 넋의 비실체성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바농오름-깊은잠’은 숲의 정령과 기운을 간직한 흔적들과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매의 자태를 통하여 비실체성을 드러낸다. 볼펜 선으로 그린 ‘숲의 사람’, ‘고흐의 숲’, ‘소년’ 등은 최소한 수만 번의 선을 그었던 편집증적인 신체 행위의 응집력을 통하여 회화적 성과를 넘어선, 인간 영혼이 연계하는 비실체성을 담아 날것의 이미지로 신체화 하려는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고흐의 숲’ 연작은 순수 영혼으로서 인간 고흐와 그의 회화에 대한 경외심을 중심으로 정형화된 회화의 경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역사의 축으로 재편했던 비실체적인 힘에 관한 탐구의 흔적들이다.

숲의 기묘한 징후들을 감성과 이성으로, 다시 초이성적으로 드러내려는 이번 전시, ‘흔적-비실체성’에서 김성룡의 미술행위는 공간의 틈새마다 느껴지는 푸른 공기의 흐름처럼 작가의 시선 속에 포착되어진 역사적, 신화적, 현재적으로 감도는 정령의 숨결 같은 대상들과의 조우로서 작동한다. 이 회화들은 비실체성, 정령, 기운 등을 온몸으로 전율하게 하는 구조로서 김성룡이 생각하는 리얼리즘 혹은 초이성적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대미술이다. 김성룡은 필기구인 유성 볼펜을 이용해 형상 이미지를 정밀하게 그려낸다. 그가 그려낸 세계는 현실이라는 리얼리티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슬픔, 공포, 죽음, 어둠의 색채들로 구성된 회화들이 기쁨, 환희, 삶, 빛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김성룡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지금 내 눈앞에 놓여있는 그 형태를 본다는, 시선의 완고한 정신적 비물질적 의미는 시선을 존재론적 사유의 비실체적 세계의 경계 너머까지 걷게 하는 것”이라며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그림들은 산 것과 죽은 것, 실체와 비실체의 몽환적 경계 상태에서 걷는 행위의 ‘흔적’을 통과하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2019.1 [영남매일] 봉산문화회관 기획 김성룡 작가展

| 김혜수 기자 

봉산문화회관 기획 2019 기억공작소Ⅰ 김성룡 작가의 ‘흔적-비실체성 展’이 17일부터 오는 3월 31일까지 74일간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열린다. ‘기억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해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의 가치를 기억하는 자리이며 상상을 통해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안쪽 정면 높은 벽에 걸린 3점의 그림, 날렵한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매를 품으며 꿈틀거리는 나무와 숲과 바다를 그린 ‘새벽’, ‘바농오름-깊은 잠’, ‘공의 뜰’이 예사롭지 않게 전시되어 있다.김성룡은 필기구인 유성 볼펜을 이용해 형상 이미지를 집요하고 정밀하게 그려온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몇몇 알려진 평문을 통해 작가의 독자적인 시각과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영철은 김성룡의 작업에 대해 우리의 감정을 건드리는 도화선으로서 존재의 폭력성과 자연의 마성(魔性)을 언급하며 “예술의 인습적 역사 너머 초 이성의 공간을 걷고 있는 작가의 그림 속에는 과거에 겪었거나 현재 자신을 심부에서 휘젓는 어떤 것이 숨 쉬고 있다”고 그 태도를 평한 바 있다. 독자적인 태도로부터 시작해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관습적인 회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작가의 형상 이미지는 기이한 상상력으로부터 분노와 좌절, 고통과 절망 등에 이르기까지 인간 내면의 시적이고 영적인 감성들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또 김성룡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지금 내 눈앞에 놓여있는 장소에서 그 형태를 본다는, 시선의 집중적이고 완고한 정신적 비물질적 의미는 시선을 존재론적 사유의 비실체적 세계의 경계 너머까지 걷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비실체성’에 관한 그림들은 산 것과 죽은 것, 현실과 비현실, 실체와 비실체의 몽환적 경계 상태에서 숲과 사물을 살펴보며 걷는 행위의 ‘흔적’을 통과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초이성적이고 몽환적인 회화들로 인한 사실적인 시각체험을 통해, 상상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관객 스스로 이미지에 대한 감수성과 의미와 힘을 발굴해내는 새로운 리얼리즘의 기억공작소를 경험함으로써 예술에 관한 우리 자신의 태도를 환기할 수 있을 것이다. 

2019.1 [경북일보] 봉산문화회관 기획, '2019 기억공작소I' 

◼︎ 17일부터 3월 31일까지 2층 4전시실 | 곽성일 기자

봉산문화회관기획 2019 기억공작소Ⅰ 김성룡 展이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17일부터 3월 31일까지 열린다. 작가와의 만남은 17일 오후 6시에 갖는다.

‘기억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해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해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돼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해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해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 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기억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위대한 해석과 그 또 다른 가능성의 기억을 공작하라!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예사롭지 않다. 전시장 입구의 천장 높이 벽면에 걸린 어두운 색 부엉이 그림 ‘새벽’이 그렇고, 조금 더 안쪽의 정면 높은 벽에 걸린 3점의 그림, 날렵한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매를 품으며 꿈틀거리는 나무와 숲과 바다를 그린 ‘새벽’, ‘바농오름-깊은 잠’, ‘공의 뜰’이 그렇다. 

그 좌측 벽면에는 숲의 정령이 흰 비둘기를 안고 왼손을 쳐들어 주문을 외는 그림 ‘숲의 사람’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해골무늬 표피의 표범이 석류나무가지 위를 걷고 있는 그림 ‘섯알오름’과 그 좌측으로는 발기한 고흐가 해골을 품은 숲을 바라보고 있는 ‘반 고흐의 숲 2’가 그렇다. 그 아래에는 섬세하고 연약한 감수성의 ‘소년’ 그림이, 그 우측에는 발광하는 노랑 빛을 배경으로 몸속의 혈관이 나뭇가지처럼 뻗어 숲으로 확장하는 듯한 ‘반 고흐의 숲’이 그렇다. 

여느 그림과는 아주 다른 그림들이다. 심미적 재현이기 보다는 몽환처럼 초현실적인 심상의 사실적인 서사를 떠올릴만한 비실체성의 생생한 흔적으로서 회화이며, 이 회화들은 비실체성, 정령(精靈), 기운 등을 온몸으로 전율하게 하는 구조로서 김성룡이 생각하는 리얼리즘 혹은 초이성적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대미술이다.

김성룡은 필기구인 유성 볼펜을 이용해 형상 이미지를 집요하고 정밀하게 그려온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몇몇 알려진 평문을 통해 작가의 독자적인 시각과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숲의 기묘한 징후들을 감성과 이성으로, 다시 초이성적으로 드러내려는 이번 전시, ‘흔적-비실체성’에서 김성룡의 미술행위는 공간의 틈새마다 느껴지는 푸른 공기의 흐름처럼 작가의 시선 속에 포착되어진 역사적, 신화적, 현재적으로 감도는 정령의 숨결 같은 대상들과의 조우로서 작동한다. 또한 김성룡의 숲은 자연과 이어지고 자연과 통하게 하는 비실체성으로의 통로이며, 인간의 초월적 영역에 관한 경외심의 또 다른 흔적이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서 한 점의 그림은 그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자의 내부 속에서 들어간 채, 그 보는 자와 함께 하는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김성룡의 숲은 숲을 보는 자, 즉 관객에게 이미 체화해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초이성적이고 몽환적인 회화들로 인한 사실적인 시각체험을 통해, 상상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관객 스스로 이미지에 대한 감수성과 의미와 힘을 발굴해내는 새로운 리얼리즘의 기억공작소를 경험함으로써 예술에 관한 우리 자신의 태도를 환기할 수 있을 것이다.